사회복지시설 평가는 감시제도인가?


박승용


*이 글은 2001년 전북기독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 발행했던 '복지세상'이라는 소식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10년 전의 글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회복지욕구는 계속 증대되는데 비해 이에 대응할 자원이 제약됨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활용이 국가적 관심사가 되었고, 이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서비스의 제공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평가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국 사회복지시설 현장에 대한 평가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1996년부터 매년 사회복지관에 대하여 그 운영실적을 평가하여 등급별로 보조금을 차등지원 하는 등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1999년부터 장애인복지관과 정신요양시설을 대상의 평가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는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와 시행규칙 제27조에 근거에 기반하고 있으며, 특히 평가의 주체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자금에 대한 책무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었다. 기존의 행정 감시와 회계감사형태로는 일부 기관에서 나타나고 있는 투명성과 효율성의 부족,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수혜자의 불만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아울러 IMF 이후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증대하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기존의 관리 형태로는 전문성과 지속성이 부족하고 형식적이고 실적 중심의 ‘평가를 위한 평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회복지시설을 개방적이며 양질의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회복지서비스 욕구증대와 평가제 도입


IMF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욕구는 계속 증대되는데 비해 이에 대응할 자원이 제약됨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활용이 국가적 관심사가 되었고, 이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서비스의 제공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평가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운영비의 상당부문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재원활용의 효과성을 입증함으로써 공적자금 사용의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국가의 책임영역인 시설보호영역에서 공적자금이 부족하다면 얼마만큼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전체의 합리화, 투명화 노력에 따라 특히 전근대적이고 주먹구구식의 비공개적 시설운영을 지양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투명화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8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7조에서 3년마다 1회 이상 종사자의 전문성, 시설환경, 서비스의 만족도 등에 대해 평가하도록 법제화되었으며, 또한 현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정책의 구현방향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시설운영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시설 거주자와 이용자에게 기본적인 생활과 인권을 보장하는 기초를 마련하는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사회복지시설의 평가는 시설의 현재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문제발생을 예방하며, 일정수준이상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며, 사회복지시설의 자발적인 변화의 노력을 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이는 현재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지원이 법적인 수준에 미달하는 것에 대한 자원배분의 근거로 작용함으로써 사회복지시설의 전반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평가시스템의 도입하게 되었다.




사회복지시설 평가현황과 문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보건복지부에서 하고 있는 전국적인 규모의 평가와 서울특별시 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가제로 나눌 수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관 평가제도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우선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가를 보자. 

98년 사회복지사업법시행규칙 개정으로 3년마다 1회 이상 사회복지시설 평가가 의무화됨에 따라 99년 보건사회연구원은 평가지표 개발과 평가를 실시하게 되었다. 2001년 현재 아동 244, 노인양로 85, 장애인 134개의 시설 등 총 463개소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에 있다. 


99년도의 평가를 통해 드러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의 문제점을 보면,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2000)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관리상이 문제이다. 

전문적인 평가인력 부족과 전문평가인력의 일정관리문제, 평가인력의 처우개선, 평가 전문기술의 축적불가능, 보건사회연구원의 업무과중 및 이중업무, 평가인력에 대한 충분치 못한 교육 등의 문제가 있다. 


둘째, 평가 시행 상 드러난 문제이다. 

기준부재로 인한 자의적 해석, 정성적 자료의 평가에서 주관성 개입, 시설별로 상이한 평가영역 및 평가항목, 작은 기관들에 불리한 평가내용, 표준화된 최소한의 기준의 부재로 지나친 긍정적 평가, 실적수치의 표준편차가 지나치게 높음, 상충되는 평가지표, 평가지표의 개별적 이해, 각 개별시설에 해당되지 않는 평가지표, 목표달성수치의 비적절성, 현장평가팀 간의 격차조정 보완부족, 시설별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평가도구, 프로그램 질적 측면에서의 심도 있는 평가 미흡, 정량적 평가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평가대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시설종사자들의 추가 업무부담, 서류조작 등 정직성 문제, 거주자조사와 종사자조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응답, 이용자 만족도조사의 신뢰성 부족, 입소자의 지적 능력부족으로 응답불가능, 서류 및 문서화 미비, 통일되어 있지 않는 서식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2001년도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99년도에 개발된 지표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5대 영역의 평가기준, 즉 시설 및 환경, 조직운영관리, 인권보호 및 서비스의 질, 지역사회관계, 이용자 만족도조사를 통한 평가결과에 따라 우수시설은 책임운영기관화로 자율성이 강화되고, 미흡시설은 지속적 지도․조언을 통해 집중관리하게 된다. 또한 문제시설은 과감한 제재를 가하여 공과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다는 원칙이다.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현장의 제도개선운동


상기한 일련의 문제를 내포하는 보건복지부의 전국적인 규모의 사회복지시설 평가에 비해 서울특별시 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가지표는 사회복지시설 현장의 문제의식과 개선방향이 일정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96년부터 매년 실시되던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2000년도부터 「사회복지시설 운영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업그레이드형 경쟁체제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시스템은 평가준비 및 실시를 위한 문서작업의 과중과 대민서비스 감소, 사회복지관 간의 과열경쟁체제로 인한 위화감 및 불신감 조성, 행정당국의 평가정책에 대한 일관성의 부족과 타당성 있는 평가지표 부재 등의 역기능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복지관의 발전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고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침내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전 직원이 사회복지관 평가제도의 개선운동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7월 3일 서울특별시 사회복지관협회, 교수, 시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시 사회복지심의위원회 평가소위원회는 사회복지시설 현장의 목소리를 일정정도 수용하는 성과를 낳았다. 서울시는 소위원회를 통해 매년 실시하던 평가를 2년마다 실시키로 했으며, 평가방법도 현지표의 수정 후 절대평가로 전환, 인센티브는 계도적 의미로 상위 일부(20%)만 제공하며 전체 비공개 원칙에 개별복지관별로 통보, 평가를 위한 서류작업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기존 보고자료를 활용하며 꼭 필요한 경우만 자료제출, 복지관 운영비는 보건복지부와 시정개발원 등에 의뢰해 확실한 규모를 산출한 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것 등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평가소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이 서울시의 공식적인 방침으로 정해지기까지는 얼마간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부장단총연합의 박용오 국장(연세대학교 가양4종합사회복지관 사무국장)은 부분적으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의 견해를 밝힌다. 

“평가준비에 따른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조치나 평가시스템의 재점검과 보완을 위한 개발과 연구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는 감사의 측면이 있지만, 절대평가제 전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는 부분이나 인증제 도입불가 방침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부분이다“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격년평가에 따른 시민만족도조사와 평가실시시기의 부적절성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평가제도개선운동의 가장 쟁점이었던 부분에 대한 서울시의 미온적이고 수용하지 않는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부장단총연합의 해소와 대안조직의 구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가 및 예산제도 개선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노동조합 준비위원회의 평가는 다소 비판적, 회의적이다. 서울시의 답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관에 대한 평가제도가 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평가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사회복지관 운영예산의 현실화문제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전가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조차도 서울시에 부화뇌동하여 사회복지관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 및 노동의 왜곡에 대한 통제의 이데올로기라는 본질을 은폐하며 이를 환영하고 있는 실정이며, 지금까지 사회복지관 평가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부장단총연합도 전체 사회복지관 노동자를 아우르기 위한 조직화 전망보다는 관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관협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현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사회복지관 노동자의 열망인 사회복지관 제도 개선운동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최초의 사회복지 개혁운동의 성공 가능성


서울시와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현장의 입장차이가 조금씩 좁혀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인 평가제도 개선운동의 방향을 보면 쉽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7월 13일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 부장단총연합은 서울시 사회복지관평가문제와 관련한 직원 대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성록 관장은 ‘제도개선운동으로 평가제도 개선만이 아니라 사회복지관 운영을 위한 최적 예산확보와 최적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며, 사회복지사의 윤리적 책무성을 다하기 위한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평가제도와 관련 최재성 평가전문교수는 ‘절대평가제의 시행은 필요하며, 평가결과에 따른 인센티브의 차등지원을 개선되어야 한다. 오히려 신청사업 공모나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에 의해 평가결과가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평가방식과 결과활용방법은 사회복지관을 통제하려는 서울시의 의도로 파악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위 20% 인센티브 제공해 대해 부장단총연합의 박용오 국장은 ‘인센티브 제공은 여전히 상대평가의 잔재가 남아있는 기형적 절대평가제도로 인센티브를 거부하며 분야별로 우수한 모델기관으로 발표하고 인센티브로 확보한 예산은 부족한 기본예산으로 재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가본부의 심재호 교수는 ‘운동이 성과를 얻으려면 운동의 목표와 타겟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운동의 목표가 평가제도개선인가, 예산확보인가의 목표에 따라 타겟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시 사회복지관 평가제도를 둘러싼 논의과정을 보면서 사회복지시설 평가에 대한 평가기관과 피평가기관을 비롯한 각 주체들 간의 입장차이가 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비단 서울시 평가제도뿐만이 아닌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평가제 역시 유사한 문제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사회복지계 현장의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사회복지시설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자의 책무성을 다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노력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우리가 서울시 사회복지관 현장의 제도개선운동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복지운동 최초의 개혁적 운동이라는 점이다. 개혁의 시발점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의 본질적 목적 이외의 이면의 목적, 즉 통제와 복지관 길들이기라는 ‘감시’제도의 평가였다. 아울러 ‘예산확보’의 시급성과 ‘평가제도개선’의 보완이라는 개혁의 성과물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사회복지관의 기본예산확보를 위한 집단행동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과 투명성, 그리고 민주성 확보를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두고 ‘감시시대’의 도래를 운운했던, 그리고 자기반성과 개혁에는 소홀히 한 채 전문성과 자율성만을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사회복지계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1월 감사원 결과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는 사회복지시설 3곳 중의 1곳이 위법․부당사항이 지적될 정도의 사회복지시설의 비리가 심각한 현실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동안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하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측면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사회복지관의 운영비리, 인권침해 등의 사건을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시설운영에 대한 투명성․전문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간과한다면 사회복지계 개혁의 목소리는 냉소․패배주의에 묻혀버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들려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한다. “건전한 제도개선운동을 통해 사회복지현장의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지역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 받으며, 사회복지관 직원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욱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지역주민들과 후원자 그리고 정부에 대한 책임성을 다할 수 있는 현실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들의 희망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하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측면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사회복지관의 운영비리, 인권침해 등의 사건을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시설운영에 대한 투명성․전문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간과한다면 사회복지계 개혁의 목소리는 냉소․패배주의에 묻혀버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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